2007시즌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화두는 역시 SK였다. 창단 첫 해 우승은 물론이고 스포테인먼트를 앞세운 관중 중심의 마케팅으로 인천 연고 팀 최다 관중과 전년 대비 98%가 넘는 관중 성장률을 기록했다.
SK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2006시즌을 마치자마자 시작되었다. 2006년 6위로 시즌을 마친 SK는 그동안 한국시리즈 1회 진출 등 승률 0.514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던 조범현 감독과의 계약을 끝내고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였다.조범현 감독의 성적은 그리 나뻤던 것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SK의 탄생을 바라고 한단계 더 도약하려는 SK의 이미지를 위해 SK는 새로운 선택을 시도했다. 그 선택의 결과는 놀랍게도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수석코치라는 다소 극단적이면서 이질적인 조합이었다. 관리야구의 대표로 통하면서 하위팀 전문이라는 김성근 감독과 삼성의 대표적 간판 스타이자 홈런왕 출신으로 미국 MLB에서의 코치생활을 하던 이만수 코치는 예상외의 선임이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코칭스탶의 선임과 그 과정에는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자 하는 SK의 의도가 엿보였다. 국내 구단 최초로 감독 취임식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서 팬들에게 생중계하면서 팬들과 함께하는 구단의 이미지를 살리려고 노력했다.하위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데 최고라고 불리우는 김성근 감독과 그 가능성에 비해 성과가 나지 않았던 SK의 조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스프링캠프에서 부터 시작된 김성근 감독 특유의 엄청난 훈련량은 SK에게 더더욱 관심이 가게 하였다. 시범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한 SK는 시즌 초반에 이진영,이호준의 두 중심타자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에도 불구하고 박재상,김강민,조동화,정근우등 발빠른 젊은 야수들을 중심으로 무섭게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초반의 쾌속 질주에 대해 대다수의 야구 전문가들은 체력 문제를 지적하며 5월 위기설을 이야기했다. 역시나 SK는 5월말 한때 연패를 겪으며 2위로 떨어지면서 드디어 위기를 겪는 듯 보였다. 그러나 6월3일 박경완의 3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현대에 승리한 SK는 다시 5연승으로 선두 자리를 되찾으며 다시 한 번 1위 질주를 계속 하였다. 그러자 이제 뻘쭘해진 소위 전문가들은 7,8월 여름 위기설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때에는 복귀한 이진영과 이호준의 타력, 그리고 어느덧 중심 투수로 성장한 채병룡이 든든하게 그 자리를 채워주면서 오히려 승률을 더더욱 높이면서 2위와의 게임차를 5게임이상 유지하면서 1위를 지켜나갔다. 물론 한때 두산과의 연패에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그외엔 별다른 고비없이 꾸준히 1위를 지켜내는 저력을 보여주며 결국 9월28일 잠실에서 LG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SK 최초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팀 역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딴 SK는 정규리그 내에서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뒤졌던 두산을 잠재적인 한국시리즈 상대로 보고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두산은 삼성을 꺾고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한화를 맞이해서 가볍게 3:0으로 따돌리며 2위팀 다운 저력을 보여주었다. 한화를 무서운 기세로 꺽어버린 두산과 정규리그 1위 팀간의 2007 한국시리즈에서 많은 수의 야구관계자들은 두산의 우세를 점쳤다. 실제로 SK는 두산에게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약세를 보인 팀이었고 상대의 1선발인 리오스를 맞이해서 1승 4패, 방어율 1점대의 극심한 열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규리그 1위의 강점인 여유있는 휴식기간도 한화를 3:0으로 연파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두산에게는 그리 큰 강점이 되지 못해 보였다.
이렇게 맞이하게된 1차전에서 SK는 두산의 선발 리오스에게 철저히 눌리며 1승을 내주고 말았다. 이어 열린 2차전에서도 SK는 리드 상황을 지키지 못하고 선발 채병룡의 감정 조절 미숙과 투수교체 타이밍의 미스로 다시 승리를 내주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1,2차전을 모두 내준 팀의 우승확률은 0%, 이 상황에서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물론 상당수의 팬들까지 두산의 우승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SK는 3차전에서 선발 로마노의 역투와 김재현,정근우의 맹타가 어우러지면서 승리를 거두면서 다소나마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물론 이 경기에서 좋지 않은 모습의 신경전이 일어나면서 양팀은 상당히 날카로운 관계가 일어났다. 문제는 4차전이었다. 두산에서는 역시나 1차전 승리의 영웅인 리오스를 내세운 반면 SK는 올시즌 3승에 그친 고졸 신인 김광현을 내세우는 대도박을 감행했다. 대다수의 야구 관계자들과 팬은 김성근 감독이 4차전을 버리는 게임으로 가는 것이 아닌 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과 김광현은 결코 그런 생각이 아니었던 듯 싶었다. 아니, 최소한 김광현은 비록 몸값을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냥 허무하게 쓰러질 존재라곤 생각치 않았던 것 같았다.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년만에 20승을 넘은 올시즌 최고 투수 리오스와의 맞대결에서 자신의 생애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두산 타자들을 넉다운 시키고 결국 시리즈의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이 게임이 반전의 계기가 되었을까?? SK는 4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레이번-조웅천-가득염-정대현의 완벽한 이어던지기와 8회에 터진 연속 4득점으로 또다시 승리, 결국 SK의 창단 첫 우승에 한발짝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태였다.
드디어 인천에서 다시 벌어진 6차전 SK는 2차전 패전 투수의 채병룡에게 명예회복을 맡겼고 두산의 최후의 카드로 2007 시즌 최고의 신인이었지만 선발 경험이 전무했던 임태훈을 내세웠다. 그러나 승부는 의외로 일찍 결정되었다. 1,2회에 임태훈에게 막혔던 SK는 3회 최정의 안타 후 터진 정근우의 2점포로 승기를 잡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재현이 다시금 1점포를 쏘아 올리며 어느덧 한국시리즈의 주인이 되어갔다. 결국 경기는 올시즌 SK의 최고의 수훈갑 중 하나이자 최고의 마무리인 정대현이 이종욱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경기를 끝냈다. SK는 그렇게 창단 첫 해의 우승을 이뤄내고 말았다.

올시즌 내내 각종 논란과 부정적 시선,그리고 프런트의 선구자적인 시도조차 시기어린 질투를 받아왔지만 SK는 그 모든 것을 실력으로 이겨내면서 감격스런 SK의 첫 우승을 이끌어 내고 말았던 것이다.
이 우승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소수의 스타 플레이어 중심의 야구가 아닌 전체가 함께하는 우승이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SK에도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국내 최초의 30-30 클럽의 달성자 박재홍,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의 감동의 주역이자 LG시절 신바람 야구의 주역 김재현, WBC에서의 국민 우익수 이진영, 국내 최고 포수인 박경완 그리고 국내 최고의 잠수함 불펜 정대현등등의 인기 스타들이 분명 존재하였다. 그러나 SK, 김성근 감독은 한 두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선수를 고루 쓰는 야구로 우승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 김성근 감독 개인으로써 비운의 명장, 우승이 없는 명장이라는 그 한계를 드디어 벗어버렸다. 그 동안 약체 팀을 주로 맡은 탓에 약체 팀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끌어 오는데는 수준급의 능력을 지녔다는 칭찬을 받으면서도 단 한번도 우승이 없다는 이유로 최고의 수준으로 평가받지 못한던 김성근 감독을 드디어 최고의 명장으로 만들어준 우승이었다. 한편으로는 2연패 후 4연승을 이끌어낸 최초의 감독으로 더더욱 극찬을 받게하였다.
마지막으로 SK의 우승은 시즌 초 SK 구단이 주창하였던 스포테인먼트의 성공에 대한 가능성과 비젼을 제시해줬다는 점에서 더더욱 가치있다고 본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SK의 신영철 사장은 그 동안의 야구단이 단순히 홍보 차원이라는 의미에 그치던 그 한계를 벗어나고 독자적 생존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그 동안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던 야구단의 목표를 새롭게 제시했다. 그것이 바로 스포테인먼트였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말인 스포테인먼트는 스포츠가 단순히 성적, 경기 결과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 보자는 시도였던 것이다.

이러한 의도하에서 SK는 경기장에 많은 편의 시설과 놀이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고 경기 외에도 각종 이벤트를 실시하며 팬들에게 다가갔다. 그 결과 SK의 전년 대비 관중 증가율은 무려 두배에 가까운 60만명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스포테인먼트는 항상 긍정적인 것 만은 아니었다. 다른 구단들의 시기와 질시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러한 이벤트나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선 야구단의 기본인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힘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팬들 역시 최고의 마케팅과 기쁨은 성적이었던 것이었기도 했다. 만약 올 시즌 SK의 성적이 나뻤다면 스포테인먼트는 그만큼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고 또 그 한계에 부딪치면서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SK의 우승은 스포테인먼트의 성공적인 진입을 향한 시발점이 되었던 것이었다.
올해 SK는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우승을 이끌어 냈다. 분명 SK의 우승은 한 두명의 공으로 이루어 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하고 싶은 선수들은 분명 존재한다.SK 투수진의 기둥이자 버팀목 정대현, 한국시리즈의 숨은 주역 가득염, SK 투수진의 맏형 조웅천, 불펜의 숨겨진 알짜 윤길현 그리고 외국인 선발들 보다 더 믿음직한 채병룡, 답지 못하다는 이야기와 퇴출 이야기가 돌았지만 제몫을 충분히 해냈던 레이번과 로마노, 객관적 수치보다 마음가짐에서 든든하게 만들었던 송은범, SK의 가장 큰 자산이자 보배 박경완, 알짜 4번 이호준과 플래툰으로 힘들었던 박재홍과 국민우익수 이진영, SK의 희망 최정과 롯데 킬러 박재상, 한국시리즈의 MVP 김재현과 숨은 주역 조동화 그리고 그리 좋지 못한 성적에도 출장을 하며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SK 내야의 지휘자 정경배와 이런 저런 맘고생이 심했을 정근우까지 그외의 모든 SK 선수들이 올 시즌 SK의 우승을 이끌어낸 공로자였다. 그런 가운데 가장 큰 공로자는 역시 김성근 감독이었다.

과거 능력에 비해 성적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SK는 김성근 감독을 맞이해서 드디어 그 능력을 맘껏 펼쳐보였고 또 한때 저주받은 명장이라고 까지 불리웠던 김성근 감독은 드디어 신이 내린 반지를 받으며 최고의 명장으로 등극했고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때 시즌 내내 이뤄진 외야진에 대한 플래툰과 정경배에 대한 알 수 없는 집착에 대해 꽤 많은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칙과 소신, 그리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그 모든 비판을 헤쳐나가고 그 모든 것을 결과로 평가받았던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김성근 감독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야구의 신이란 극찬에 대해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
야구의 신이란 없다. 야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도전,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최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 역시 공감한다. 야구의 신이란 없다. 아니 있다고 해도 그건 김성근 감독이 아니다. 김성근 감독은 야구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며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야구의 신이 아니라 바로 야구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항상 도전을 하는 장인이라는 칭호를 붙혀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 가 싶다.
2007시즌은 SK에 의해 시작되고 SK에 의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그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고 올시즌 중심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는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 좋지 못한 모습도 있었고 또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SK 와이번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그동안의 타구단들이 성적이라는 제한된 목적과 가치를 추구하던 상황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7시즌의 SK는 우승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2007 시즌의 최고 아이콘은 SK 와이번스라고 감히 말해 본다.

사진 출처: SK와이번스 홈페이지
by 꿈꾸는청년 | |